[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민족 최대 명절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맞는 황금연휴로 추석을 알차게 계획한 이들이 늘고 있다. 눈에 띄게 달라진 명절 풍속도는 어르신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만큼 명절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음력 8월 15일인 추석은 한가위 또는 중추절로 불린다. 한가위에서 ‘한’은 ‘크다’라는 뜻이며, ‘가위’라는 말은 ‘가운데’를 뜻하는 말로 8월 15일인 한가위는 8월의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을 가진다. 한가위가 되면 아침저녁으로 기후가 쌀쌀해져 사람들은 여름옷에서 가을옷으로 갈아입는다. 추석 빔이라며 새 옷을 입고, 차례를 지낸다. 차례상은 설과 달리 흰 떡국 대신 햅쌀로 밥을 짓고 술을 빚으며 햇곡식으로 송편을 만든다.

▲ 본격적인 추석 연휴 귀성길이 시작된 17일 오후 서울역에서 고향으로 향하는 열차에 오른 한 어린이가 창 밖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 =뉴시스)

12일 시장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수도권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추석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절반에 가까운 48.5%가 추석을 하나의 연휴일 뿐이라 생각한다고 조사됐다.

이는 2011년 같은 조사 결과(38%) 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특히 연령이 낮을수록 추석을 단순한 연휴 이상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각이 크다는 점에서(20대 58.4%, 30대 51.8%, 40대 43.9%, 50대 이상 37.4%) 향후 추석의 의미가 더욱 쇠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명절 연휴 후 가족관계의 변화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서는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 가족간의 친밀감이나 유대감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변하는 사회 풍토 속 민족 최대 명절이 위기를 맞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명절이 스트레스다. 음식을 준비하고 차례상을 차려야 하는 여자들은 명절이 그리 반갑지는 만은 않다. 귀성행렬에 음식준비, 벌초 등 경제가 어려워짐에 따라 늘어나는 비용에 명절 증후군까지……. 이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명절에 고향으로 내려가지 않겠다는 사람도 늘고있다. 특히 결혼하지 않은 싱글족들은 이번 황금연휴를 맞아 여행을 계획한 사람이 많다. 여행사들은 연휴 맞이 해외여행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고, 역귀성으로 호텔추석패키지도 인기를 끌고 있다. 차례상을 한 판씩 돈을 주고 구매하기도 하며, 제사상을 콘도로 배달시켜 가족여행 중 간단하게 차례를 지내기도 한다. 아예 차례를 지내지 않는 집도 생겼고, 힘들게 음식을 준비하기보단 가족끼리 먹고 즐길 수 있는 음식 위주로 차례상의 형태도 변화했다. 명절에 맞춰 대신 차례를 지내주는 직업이 생겨나기도 했다.

벌초대행업은 명절 특수를 누리고, 벌초도 힘들었는지 무덤을 아예 시멘트로 덮어 버리는 경우도 생겨났다. 지난 91년 17.8%에 머물던 화장률은 해마다 높아져 지난해 72%까지 늘어났고, 점점 관리가 쉬운 방식으로 바꾸는 후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세계 여느 민족에서도 찾아보기 드물게 사시사철 절기마다 독특한 풍속을 형성했다. 절기의 풍속을 후대에 전하며 민족의 슬기와 지혜를 함께 익혔다. 그러나 요즘은 핵가족화되면서 가족의 의미가 많이 사라졌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져 남과 나누는 풍성한 한가위의 의미가 많이 없어졌다. 경제의 어려움도 한몫했다. 옛날 세시풍속에 나오는 한가위처럼 추수가 끝나고 먹을 게 풍성해 마을 잔치 벌이듯 떠들썩한 명절을 보낼 수가 없다. 물가는 자꾸 오르고 수입은 한정돼있어 서민들의 생활이 녹녹지 않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명절 최고 선물이 ‘현금’이겠는가.

세시풍속이 달라졌다 하더라도 고유 명절인 추석의 의미를 잊으면 안 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이 있듯이 풍성한 나눔의 마음은 기억해야 한다.

가끔은 가족끼리 둘러앉아 시시콜콜 수다를 떨며 송편을 빚고, 누구 송편이 예쁜지 비교해 보며 갓 쪄낸 송편을 입안 가득 베어 먹을 수 있길 바란다.

시대와 사회가 변해 책 속에서만 찾는 그런 명절이 되지 않길 바란다. 추석특수를 노리는 틈세 시장이 늘었지만 조상을 기리고 은덕에 보답하는 마음만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명절을 나는 모습은 달라졌지만, 추석의 의미는 가슴속에 새기길 바란다.

김민선 기자  k1m2s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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