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 Oblige(노블레스 오블리주).
흔히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의미는 ‘사회 상류층의 부와 권력, 명성은 높은 수준의 도덕적 책임과 의무가 수반되고, 사회에 대한 강한 책임을 가리키는 용어'로, 프랑스어로는 “noblesse oblige”라고 표기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어원에는 여러 가지 속설들이 있다.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의 한 도시인 칼레에서 재력가와 귀족계급 여섯 명이 칼레 시민 전체를 대표하여 희생자를 자처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 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이는 정확한 사료가 없어 창작된 이야기라고 보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표현의 기원 또한 다양하다. 

작가 겸 정치가인 가스통 마르크가 집필한 『격률과 교훈』에서 처음 사용되었다고도 하고, 작가 오느레 드 발자크의 희곡 『골짜기의 백합』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고도 한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시점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어원이나 기원을 쫓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할까? 이를 누가,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미스터 선샤인>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인 일본 대좌 모리 다카시의 대사가 아직도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조선은 왜란, 호란을 겪으면서도 여태껏 살아남았어요. 그 이유가 뭔지 알아요? 그때마다 나라를 구하겠다고 목숨을 내놓죠. 누가? 민초들이. 그들은 스스로를 의병이라고 부르죠. 임진년에 의병이었던 자의 자식들은 을미년에 의병이 되죠. 을미년의 의병이었던 자의 자식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렇다. 우리나라는 나라가 전란을 겪거나 위기에 봉착했을 때 민초들이, 우리 국민들이 앞장을 섰던 것이다.

왜란에서는 농민들을 중심으로 의병이 일어났고, 호란 때는 중심이랄 것 없이 온 백성들이 자처해서 의병이 되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어땠는가? 드라마에서 모리 다카시 일본 대좌의 대사처럼 민초들이 독립운동에 앞장서서 투쟁했다. 

아무개는 3.1만세운동으로, 또 다른 아무개는 무장 투쟁 운동으로, 그리고 맨손으로, 펜으로, 총 · 포탄으로 항일운동과 독립운동을 이끌어갔다.

우리는 왜란이나 호란, 일제강점기 시대에 의병과 독립운동에 가담하여 목숨을 잃은 민초들의 숭고한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한다. 

민초들은 나라를 구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의병으로, 독립군으로 이름 없는, 아무개로 싸우다가 세상을 떠났다. 

6.25전쟁 당시에도 우리나라가 수세에 밀리자 수많은 학생이 자원입대하여 학도병으로 전투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가 발전과 번영에 이바지할 수 있었던 민주화 운동에는 늘 그랬듯이 학생과 시민 아무개가 주축이었다. 

그리고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의 경제가 이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과연 무엇이었던가?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서 참혹한 노동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독일로 넘어간 광부와 간호사, 목숨을 담보로 베트남 전쟁에 파병된 젊은 군인들, 끔찍한 근로환경으로 악명을 떨친 중동 건설 현장으로 떠난 한국 근로자. 이런 아무개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풍요로운 한국이 존재하지 않겠는가?

1997년 외환위기 때에도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금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1907년 일제강점기 시대의 국채보상운동 정신을 계승했다고 한다. 

이렇듯 이 나라는 일부 지도층이나 특정 권력층이 아닌 국민, 결국에는 아무개로밖에 기억할 수밖에 없는 민초들의 힘으로 만들어졌던 것이다.

신 냉전 시대라고도 하는 이 시대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전 세계가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에서는 북한의 도 넘는 위협과 도발, 그리고 주변강대국과의 미묘한 갈등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국내 정치 상황도 그렇게 평탄치만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늘 그랬듯 현 위기 상황도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 

왜란과 호란 때 적들과 싸웠던 의병의 후손들이 일제강점기 시대에는 독립군으로, 독립군의 후손이 6.25 전쟁에서는 지원병으로, 70, 80년대에는 민주화 투사와 해외 산업역군이 되어 대한민국을 지켜왔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 모두가 아무개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 나라를 지금까지 지탱할 수 있게끔 행동한 아무개는 노블레스였던가? 

아무개로 살아왔던, 아무개로 살아가고 있는, 아무개로 살아갈 우리 민초들은 왜 오블리주에 그렇게 집착하는가? 

답은 간단명료하다. 

대한민국에서는 아무개가 노블레스이기 때문이다. 

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