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매년 12월 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에이즈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예방책을 전달하기 위해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편견과 차별을 없애기 위한 운동을 벌인다. 혈액과 따뜻한 마음을 의미하는 ‘붉은 리본’을 몸에 부착하고, 감염자들이 사회 속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붉은 리본 운동도 전개한다. 예전엔 에이즈에 걸리면 100% 죽는 무서운 질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대의학의 발달로 에이즈는 당뇨병, 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바뀌었다. 치료만 꾸준히 하면 30년도 거뜬히 살 수 있는 에이즈에 대해 시사코리아저널이 알아봤다.

▲ AIDS, 콘돔 하나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에이즈 예방 대학생 광고공모전 당선작, 사진제공 = 한국에이즈퇴치연맹)

에이즈라고 하면 흔히들 문란한 성생활로 인해 발생하고, 죽음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질병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치료 약물의 발전으로 최근에는 약만 잘 복용해도 30년 이상 생존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바뀌고 있다.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human immunodeficiency virus)란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AIDS)을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를 말하며, 보통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를 HIV 또는 HIV 감염이라 한다.

HIV에 감염되면 우리 몸에 있는 면역세포인 CD4 양성 T-림프구가 이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돼 파괴되므로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고, 그 결과 각종 감염성 질환과 종양이 발생해 사망하게 된다.

인체의 면역력이 저하돼 감염증과 종양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상태를 에이즈 또는 후천성 면역 결핍증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HIV 바이러스를 강력하게 억제할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돼 있으므로 HIV 감염 치료를 잘 받으면 면역력을 적절히 유지할 수 있다.

전 세계 에이즈 사망자는 매년 200만 명 정도며, 사하라사막 이남과 아프리카 지역이 75% 정도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누적 감염인 수는 총 8542명으로 지난해에만 888명이 신규로 감염됐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신규 감염인은 남성이 827(93.1%)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연령대별로는 40대가 220(24.8%)명으로 가장 많다고 밝혔다. 또한 감염경로가 확인된 522명 전원은 성접촉에 의한 HIV에 옮은 것으로 조사됐다.

HIV 감염의 증상은 감염 초기의 급성 HIV 증후군, 이 후에 이어지는 무증상 잠복기, 면역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기회감염(건강한 사람에게는 감염증을 일으키지 않는 미생물이 면역기능이 저하된 사람에게서 심각한 감염증을 일으키는 것)을 비롯한 다양한 병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후천성 면역결핍증 시기의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급성 HIV 증후군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3~6주 후에 발생하며 발열, 인후통, 임파선 비대, 두통, 관절통, 근육통, 구역, 구토, 피부의 구진성 발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뇌수막염이나 뇌염, 근병증(근육 조직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병적인 상태)도 동반될 수 있다.

▲ 에이즈 예방 마스코드 콘맨. /뉴시스

HIV에 처음 감염된 후 조기에 감염이 진단되지 않으면 환자 본인도 감염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다른 사람에게 HIV를 전파시킬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환자를 찾아 치료하는 것이 공중보건학적으로 중요하다.

급성 HIV 증후군 시기가 지나면 무증상 잠복기가 10년 정도 지속되는데 이 시기에는 HIV 감염을 의심할 수 있는 특이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무증상 시기의 지속 기간은 여러 요인에 의해 편차가 있으므로 4년 정도로 짧은 경우도 있다.

비록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없지만 무증상 잠복기 동안 HIV 바이러스는 지속적으로 면역세포를 파괴하므로 인체의 면역력이 점차적으로 저하된다.

면역력이 어느 정도 이하로 떨어지면 건강한 사람에게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여러 종류의 감염성 질환(이를 기회감염이라 한다)이 발생하고, 보통 사람에게 약하게 나타나는 감염성 질환도 후천성 면역 결핍증 환자에게는 심각한 질병으로 나타난다. 또한 면역 결핍으로 인해 악성종양이 현저하게 많이 발생하므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에이즈는 혈액검사를 통해 감염을 진단할 수 있다.

혈액에서 HIV에 대한 항체나 HIV의 항원(인체의 면역 체계를 자극하여 항체를 만들어 내도록 하는 물질)을 직접 찾아내는 검사를 통해 감염을 진단할 수 있다. 국내 대부분의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혈액검사를 받을 수 있다. 특히 보건소에서는 HIV 검사 시에 검사자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는 익명검사를 시행 중이다.

선별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감염을 확실히 판단하기 위해 다시 확진 검사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질병관리본부에서만 이를 시행하며 웨스턴 블롯법(Western blot test)을 이용한다. 확진 검사를 하는 이유는 HIV 감염이 아니더라도 선별 검사에서 양성(위양성, false positive)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HIV가 체내에 침투한 후 인체 내에서 HIV에 대한 항체가 만들어지기까지 보통 6주가 걸리는데 이 시기에는 선별 검사를 해도 음성으로 나올 수 있다. 따라서 HIV 감염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이 시기가 지난 후에 다시 검사를 해야 하며, 최대 6개월까지 항체 생성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를 고려한다.

HIV에 감염은 됐으나 아직 항체가 생성되지 않은 경우에 조기 진단하기 위해서는 HIV 바이러스의 핵산을 직접 검출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음에도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으므로 현재 표준으로 사용되는 확진 방법은 아니다.

아직까지 HIV를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현재 사용 중인 항 HIV 약제들은 부작용이 많으므로 면역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감염 초기에는 HIV 치료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혈액 내에 존재하는 HIV 바이러스의 수와 면역세포의 수를 주기적으로 측정해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치료를 시작한다. 즉,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상태가 되었을 때 HIV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콘돔을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뉴시스

항 HIV 치료제는 보통 세 가지 종류의 약을 동시에 사용하는 소위 칵테일요법을 쓰는데, 이는 한 가지나 두 가지의 약제만을 사용하면 빠른 시간 내에 내성(약물의 반복 복용에 의해 약효가 저하하는 현상)이 생겨 약의 효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작용 기전이 서로 다른 여러 가지 약제들이 개발돼 사용 중이고, 약에 내성이 생겼을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약을 개발 중이다. 현재로서는 항 HIV 약제는 평생 동안 먹어야 하며, 도중에 투약을 중단하면 HIV 바이러스가 다시 증식하면서 면역력이 저하돼 각종 기회감염과 종양이 발생할 수 있다.

HIV 환자에게서 면역력이 떨어지면 여러 가지 기회감염이 발생하는데, 대상포진, 단순포진, 결핵 등의 감염성 질환은 비교적 면역상태가 양호한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환자의 면역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본적인 항 HIV 약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기회감염이나 종양이 발생하면 이에 대한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몇몇 기회감염은 면역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는 것이 밝혀져 있으므로 이에 대한 예방 약제를 투여해 발병을 예방할 수 있다.

흔히들 HIV와 에이즈를 같이 생각하는데, 이는 틀린 생각이다.

HIV는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로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며 ‘후천성 면역 결핍증’ 흔히 우리가 에이즈로 부르는 AIDS는 HIV에 감염된 사람에게 질병이 진행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즉 에이즈는 HIV에 감염된 사람 중 일부를 의미하며 그 중 더욱 더 면역체계가 손상된 사람과, 면역이 저하돼 비감염인에게는 잘 나타나지 않는 세균, 바이러스, 진균 등에 의한 감염증, 암 들의 질병들이 나타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일단 에이즈를 포함해 후천성 면역 결핍증이 감염되기 위해서는 에이즈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이 상처난 곳 등으로 충분한 양이 전달돼야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물론 소량으로 감염되는 경우도 드물게 있지만, 쉽게 감염되는 질병은 아니다.

▲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감옥 같은 요양병원에 대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전염될 수 있다는 생각에 무턱대고 기피하고,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HIV는 손을 잡거나, 심지어 된장찌개를 함께 떠먹으며 식사를 해도 나에게 옮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들을 무조건 꺼리거나 배척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감염인의 모든 체액에는 HIV가 있지만 그중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충분한 양의 바이러스를 함유한 체액은 정액, 질 분비액, 모유, 혈액뿐이다.

특히 침에는 1mg당 5개미만의 극히 적은 양의 바이러스가 들어있어 에이즈 환자와 키스를 하더라도 감염을 일으키지 않으니 안심해도 괜찮다.

그렇다면 HIV에 감염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HIV 감염의 99%는 성관계로 인한 것이다. 그러므로 확실한 예방법은 콘돔 사용이다.

빨라진 성관계 연령과 20대 젊은 층의 자유연애 증가로 HIV 감염인이 날로 증가추세를 보임에 있어, 콘돔은 가장 손쉽게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콘돔을 사용할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성 접촉 시작 전 발기가 완료된 후에 착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는 소량의 쿠퍼선액(쿠퍼액)에도 약 100만 마리 정도의 정자가 존재하고 질분비물에도 바이러스가 있으니, HIV에 감염될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관계 전 콘돔착용이 좋다.

콘돔은 다른 피임기구에 비해 사용이 간편하고, 부작용이 거의 없다. 특별한 처방 없이 구하기 쉽고, 임질, 매독, 클라미디아, 에이즈 등의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 및 바이러스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므로 성관계시 필수품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에이즈는 불치병이 아니다.

HIV 감염 또는 에이즈는 치료만 잘 받으면 합병증 없이 오래 살 수 있는 만성질환으로 바뀌었다.

다만, 주의할 것은 고혈압, 당뇨 등의 다른 만성질환과는 달리, HIV 치료제는 약을 빠뜨리지 않고 잘 복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약을 불규칙적으로 복용하거나 일부만 복용하면 내성이 유발돼 치료가 곤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선 기자  sun25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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